2026. 3. 23. 09:00ㆍ경제
나는 매일 클로드(Claude)를 쓴다. 블로그 글을 구상할 때도, 투자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도,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려 할 때도.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걸 만든 사람은 누구지?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단순히 “천재 개발자가 회사를 차렸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빠와 여동생이 함께였고, 그들이 나온 곳은 바로 AI 업계의 가장 뜨거운 회사였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클로드는 어느 회사 제품인가
클로드(Claude)는 앤트로픽(Anthropic)이라는 AI 안전 연구 기업이 만든 AI다. 앤트로픽은 2021년에 설립되었고, 2026년 현재 기업 가치가 약 3,800억 달러(약 5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상위 AI 기업 중 하나다. 그리고 이 회사를 만든 핵심 인물이 바로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와 그의 여동생 다니엘라 아모데이(Daniela Amodei) 남매다.

다리오 아모데이, 물리학자에서 AI 최전선으로
다리오는 스탠퍼드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에서 생물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말 그대로 이과의 끝판왕 코스다. 박사 이후 그는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2016년 OpenAI에 합류했다. OpenAI에서 그는 빠르게 핵심 인물로 성장해 연구 부사장(VP of Research) 자리까지 올랐다. GPT 시리즈 개발의 핵심 멤버였다는 뜻이다. 그런데 2016년, 그는 구글 동료들과 함께 “AI 안전의 구체적인 문제들”이라는 논문을 공동 집필했다. 신경망의 예측 불가능성, 부작용, 불안전한 탐색 등을 다룬 이 논문은 이후 AI 안전 연구의 기초 문헌이 된다. 그가 단순히 “더 강한 AI”를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신호였다.
다니엘라 아모데이, 문과 출신이 AI 회사 대통령
다니엘라의 배경은 오빠와 완전히 다르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영문학·정치학·음악을 전공했다. AI 연구자의 전형적인 커리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녀의 진짜 커리어는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다. 2013년, 지금은 누구나 아는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의 초기 직원으로 합류했다. 스트라이프가 직원 40명일 때 들어가 1,200명까지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리스크 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에는 OpenAI로 이직해 안전 및 정책 부사장(VP of Safety & Policy)을 맡았다. 기술이 아닌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 것인가”를 담당한 것이다. 이 남매의 조합은 처음부터 흥미롭다. 오빠는 기술의 최전선, 여동생은 안전과 운영의 최전선. 나중에 앤트로픽에서도 이 역할 분담이 그대로 유지된다.
방향이 달랐다, 그래서 떠났다
2020년 말, 다리오와 다니엘라를 포함한 7명의 OpenAI 핵심 인력이 회사를 떠났다. 왜 떠났을까. 공식적으로 두 사람은 “방향의 차이”라고만 말한다. 구체적인 내막을 상세히 밝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맥락을 보면 짐작이 된다. OpenAI는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 달러 투자를 받으며 급격히 상업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었다. GPT-3 같은 강력한 모델을 빠르게 출시하는 방향, 빠른 성장과 수익화가 우선순위가 되어가던 시기였다.
다리오와 다니엘라는 달랐다. 그들의 질문은 이거였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가?” 상업화 압박과 개발 속도에 쫓기는 환경에서, 그 질문을 충분히 파고들 공간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2020년 12월, 다리오와 다니엘라를 포함한 팀이 OpenAI를 떠났다. 그리고 2021년 초, 앤트로픽(Anthropic) 이 공식 설립되었다. 회사 이름을 정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초기 후보들이 “Aligned AI”, “Generative”, “Sponge”, “Swan”, “Sloth”, “Sparrow Systems” 같은 것들이었다고 한다. 스프레드시트에 후보들을 나열하다가 “Anthropic”이라는 단어가 들어왔고, 팀은 “우리는 이 이름이 좋다”라고 메모했다. 인간 중심적, 인간 지향적이라는 뜻을 담은 단어이기도 하고, 도메인도 비어 있었다. 그렇게 이름이 정해졌다. 회사는 코로나 2차 유행이 한창인 시기에 설립되어, 초기에는 전적으로 줌으로만 일했다. 나중에는 샌프란시스코 프레시타 공원에서 주 1회 점심을 먹으며 업무를 논의했다고 한다. 의자를 각자 가져와서 둘러앉아 AI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는 장면이 묘하게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이름이 곧 실력인 공동 창업자 7인
앤트로픽의 공동 창업자 7인은 모두 OpenAI 출신이다. 면면을 보면 놀랍다.
다리오 아모데이 — CEO. OpenAI VP of Research 출신. 앤트로픽의 기술 전략과 연구 방향을 총괄한다.
다니엘라 아모데이 — 대통령(President). OpenAI VP of Safety & Policy 출신. 회사 운영, 채용, 파트너십, 거버넌스를 담당한다.
재러드 캐플런— 최고과학책임자(CSO). 존스홉킨스 물리학 교수 출신. “스케일링 법칙(Scaling Laws)“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연구자다. AI 모델은 더 크게, 더 많은 데이터로 훈련할수록 성능이 예측 가능하게 향상된다는 이 법칙은 GPT-4 같은 대형 모델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크리스 올라 — 해석 가능성 연구 리드(Interpretability Research Lead). AI 내부를 해부해 이해하려는 “기계론적 해석 가능성(Mechanistic Interpretability)” 연구의 선구자다. AI가 왜 그런 답을 냈는지 내부를 들여다보는 연구를 이끌고 있다.
잭 클라크 — OpenAI 정책 디렉터 출신. AI 정책과 안전 커뮤니케이션에 기여했으나 이후 앤트로픽을 떠나 AI 안전 정책 기관인 ARC Policy를 설립했다.
톰 브라운 — GPT-3 논문의 주저자 중 한 명. GPT-3를 실제로 만든 핵심 엔지니어다.
샘 맥캔들리쉬 — 최고아키텍트(Chief Architect). 모델 아키텍처와 훈련 시스템을 담당한다.
한 회사에 이런 사람들이 공동 창업자로 모였다는 것 자체가 이미 비범하다.
회사 구조부터 달랐던 공익법인
앤트로픽이 처음부터 다른 AI 회사들과 달랐던 점 중 하나는 회사 구조였다. 그들은 앤트로픽을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으로 설립했다. 일반 영리법인과 달리, 공익법인은 법적으로 이익 창출뿐 아니라 사회적 미션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미션보다 수익을 더 중요하게 보라”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더 나아가 앤트로픽은 “장기 이익 신탁(Long-Term Benefit Trust)”이라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 이 기구가 이사회 임원을 임명하고 회사의 공익 미션을 감독하도록 설계했다.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대형 투자자들도 이사회 자리를 얻지 못했다. 자본의 압력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인 거버넌스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클로드(Claude)라는 이름의 의미
클로드라는 이름의 유래는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앤트로픽 내부에서 수학자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에 대한 오마주라는 이야기가 있다. 정보 이론의 창시자인 섀넌은 “정보란 무엇인가”를 수학적으로 정의한 인물이다. 언어 모델이 결국 정보를 처리하고 생성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그 이름을 담은 것이라면 꽤 멋진 선택이다.
창업 이후 빠른 성장과 굵직한 사건들
2022년, 앤트로픽은 클로드의 첫 번째 버전 훈련을 완료했다. 그런데 바로 공개하지 않았다. “추가 안전 테스트가 필요하다”는 이유였고, “위험한 AI 개발 경쟁을 부추기고 싶지 않다”는 입장도 있었다. 이미 설립 초기부터 속도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철학이 실제 결정에 반영되었던 것이다. 같은 해 말, 앤트로픽은 “헌법적 AI(Constitutional AI)”라는 훈련 방법을 발표했다. 유엔 세계인권선언, 애플 이용약관, 앤트로픽 자체 연구 등에서 영감을 받은 원칙들로 AI를 훈련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AI에게 헌법을 쥐여주고, 스스로 그 헌법에 따라 답변을 개선하도록 학습시키는 것”이다. 펀딩 측면에서도 드라마틱한 일이 있었다. 2022년,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가 운영하는 알라메다 리서치가 5억 8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엔 엄청난 호재였지만, FTX가 붕괴하면서 앤트로픽은 갑자기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결국 FTX 파산 이후 해당 지분은 청산 과정에서 처리됐다.
2023년 아마존이 최대 40억 달러 투자를 발표하며 앤트로픽은 확실히 빅리그에 올라섰다. 구글도 이미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였다. 재미있는 건 이 두 거인 모두 이사회 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OpenAI의 핵심 연구자들이 줄줄이 앤트로픽으로 넘어왔다. 얀 라이크(Jan Leike), 존 슐먼(John Schulman), 더크 킹마(Durk Kingma)가 대표적이다. 역설적으로, 앤트로픽이 OpenAI에서 나온 회사인데, 이제는 OpenAI 인재들이 앤트로픽으로 오는 흐름이 된 것이다.
2026년 현재, 앤트로픽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기업 가치는 약 3,800억 달러로 평가된다. 설립 5년 만에 전 세계 AI 기업 순위 최상단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다리오 아모데이는 “사랑의 은혜로 가득한 기계들(Machines of Loving Grace)“이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AI가 인류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담은 글이다. 그 뒤를 이어 2026년 1월에는 “기술의 청소년기(The Adolescence of Technology)“라는 에세이를 냈다. 강력한 AI가 가져오는 다섯 가지 위험 범주를 분석한 글이다. AI가 인간의 의도와 어긋나는 목표를 갖게 되는 문제, 생물학적 무기 등 대량파괴 수단으로의 악용, 강력한 집단에 의한 AI 권력 집중 등을 다뤘다. 창업자 본인이 자신이 만든 기술의 위험성을 가장 날카롭게 경고하는 아이러니가 그의 복잡한 입장을 잘 보여준다.
2026년 2월, 앤트로픽은 꽤 드라마틱한 사건에 놓였다. 미국 국방부(DoD)가 클로드 사용 계약에서 “대규모 국내 감시 또는 완전 자율 무기 사용 금지” 조항을 제거해 달라고 요청했고, 다리오 아모데이는 이를 거부했다. 그 결과 앤트로픽은 국방부 “공급망 리스크” 기업으로 분류되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정부 기관들에게 클로드 사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돈이 되는 대형 정부 계약을 포기하면서까지 원칙을 지킨 결정이었다. 이 사건은 앤트로픽의 창업 철학이 아직도 실제 경영 결정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AI 천재 남매가 회사 차렸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달랐다. 그들은 충분히 OpenAI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부사장까지 오른 사람들이다. 뛰쳐나올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나왔다. 그것도 “더 많은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대로 가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기술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 기술을 더 안전하게 만들려는 회사를 차린 것이다. 내가 매일 쓰는 클로드가 그런 배경에서 나왔다는 걸 알고 나니, 조금 다르게 보인다. AI가 점점 더 강력해지는 세상에서, 그 강력함을 쫓는 사람과 그 강력함의 안전을 설계하는 사람이 있다. 앤트로픽은 후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회사다. 그게 옳은지, 충분한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선언 자체는, 꽤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계속 응원할 생각이다.
※이 글은 공개된 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개인적인 정리입니다. 일부 내용은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기업에 대한 투자 추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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