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6. 09:00ㆍ투자
3월 3일 월요일 아침, 나는 습관처럼 HTS를 켰다. 그리고 눈을 의심했다. 코스피가 개장 30분 만에 -5%를 넘어서고 있었다.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뉴스를 보니 주말 사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유가 폭등. 외국인 매도 폭탄. "이게 얼마나 빠질 거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주는 내 투자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5일이었다. 코스피는 이틀 만에 19% 빠졌고, 사흘째 9% 넘게 튀어 올랐다. 나는 그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오늘은 그 한 주를 복기하면서, 내가 잘한 것과 못한 것, 그리고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지를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한다.

3월 3일, 첫 번째 충격
개장 직후 코스피는 -7.24% 급락하며 마감했다. 외국인이 단 하루 만에 5조 1,731억 원을 팔아치웠다. 숫자가 너무 커서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특히 이날 유독 한국이 크게 빠진 이유가 있었다. 미국은 -0.1%, 일본은 -3% 수준이었는데 한국만 -7%였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나오자마자 "한국 경제 직격탄"이라는 공포가 먼저 작동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주식을 팔면 팔수록 원화가 더 약해지고, 약해진 원화는 다시 추가 매도 압박으로 이어졌다. 악순환의 전형이었다. 그리고 연초 이후 코스피가 48% 급등해 있었다. 차익실현 욕구가 충분히 쌓여 있던 상황에서 방아쇠가 당겨진 것이다. 나는 그날 아무것도 못 했다. 너무 빠르게 빠져서 손이 굳어버렸다.
3월 4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날
이날은 코스피 역사에 기록될 날이었다. 장 시작부터 -5%로 출발하더니 오전이 채 지나기 전에 -8%를 넘어섰고, 1980년 지수 출범 이래 역대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시에 서킷브레이커에 걸린 건 2020년 코로나 폭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분간 거래가 멈췄다. 그 20분 동안 뉴스 속보가 쏟아졌다. "이란 호르무즈 봉쇄 선언", "유가 배럴당 100달러 돌파 초읽기", "원/달러 1,500원 돌파 우려". 장이 재개되자마자 다시 급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12% 하락 마감. 이틀 합계 -19%. 반도체, 자동차, IT 가릴 것 없이 전멸이었다. 삼성전자 -11.33%, SK하이닉스 -11.47%, 현대차 -15.7%. 그런데 이날 유일하게 오른 것들이 있었다. 한화시스템 +29.14%,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방산주들이 코스피 폭락장에서 홀로 빛났다. 방산 ETF들은 TIGER K방산&우주가 +16.60%, PLUS K방산이 +13.54%를 기록했다. 전쟁 뉴스가 나오자 무기를 만드는 회사로 돈이 몰린 것이다. 나는 그날 반도체 ETF를 조금 샀다. 너무 많이 빠졌다는 생각에. 그런데 다음 날도 또 빠졌다.
3월 5~6일, 여진 그리고 불안한 안정
3월 5~6일은 변동성이 유지됐다. VKOSPI(변동성 지수)가 73.71까지 치솟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 7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중요한 숫자가 하나 나왔다.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이 8.9배까지 내려온 것이다. 우리나라 증시 역사에서 이 숫자가 8~9배 구간에 온 건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 초기뿐이었다. 기업들의 실적이 나쁜 게 아니라, 공포가 주가를 너무 빠르게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시기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펀더멘털이 망가진 게 아니었다. 외국인의 수급과 지정학적 공포가 만들어낸 과잉 반응이었다.
3월 5일, 시장이 뒤집어졌다. 코스피 +9.63%. 이 숫자 하나가 분위기를 바꿔놨다. 왜 갑자기 올랐을까.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이란이 협상을 타진했다. 뉴욕타임스 보도로 이란 정보당국이 공습 다음 날 CIA에 협상을 타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면전은 피하겠다는 신호로 시장이 해석했다. 둘째, 브로드컴 실적이 좋았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AI 관련 실적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AI 수요는 살아있다"는 안도감이 기술주 전체로 퍼졌다. 셋째, 밸류에이션 매력이 바닥을 확인했다. PER 8배대라는 숫자가 저가 매수 신호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12% 폭락 날 샀던 KODEX 레버리지 등이 이날 폭발적으로 뛰었다. 개인이 역발상으로 이겼다.
내가 이 한 주에서 배운 것들
이 경험을 복기하면서 내 머릿속에 남은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본다. 첫 번째, 폭락은 언제나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가 전부가 아니다.
3월 3~4일의 폭락은 이란 전쟁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폭락의 크기는 이란 전쟁 자체보다 훨씬 컸다. CME 증거금 체계 개편, 연초 이후 차익실현 압박, 환율 악순환이 겹쳤기 때문이다. 뉴스 헤드라인 하나로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한 구조였다. 다음에 폭락이 오면, 뉴스 제목보다 구조적 요인을 먼저 보려고 한다. 두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때가 역사적 매수 기회였다. 서킷브레이커 역대 발동 15번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발동 이후 1년 수익률이 거의 항상 플러스였다. 2020년 코로나 서킷브레이커 때 산 사람들은 이후 엄청난 수익을 냈다. 문제는 그 순간이 너무 무서워서 손이 안 나간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 조금 샀지만, 아직 그 무서움을 완전히 이기지는 못했다. 세 번째, 기관이 팔 때 개인이 받아내는 패턴이 반복된다. 폭락 이틀 동안 기관은 7,400억 원을 팔았다. 개인은 7,000억 원 이상의 레버리지 ETF를 샀다. 그리고 급반등 날 개인이 이겼다. 이 패턴은 2020년 코로나 때도, 2022년 금리 인상 공포 때도 반복됐다. 개인이 항상 틀리지는 않는다. 때로는 기관보다 냉정하게 밸류에이션을 본다. 네 번째, 방산주는 다른 자산이다. 전 종목이 빠지는 날, 방산주만 올랐다. 이게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는 걸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높아진 세상에서 방산주는 일반 주식과 다른 상관관계를 가진다.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보유하는 것이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새삼 느꼈다.
그래서 지금 시장은 어디에 있나
3월 14일 현재, 코스피는 5,500~5,600선을 오가고 있다. 폭락 전 6,000선에서 상당히 내려온 상태다. 중동 상황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란의 새 지도자는 호르무즈 봉쇄를 언급했고, 유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은 망가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AI 반도체 수요는 건재하다. 나는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공포가 만든 낙폭은 결국 복구된다. 다만 그 타이밍이 언제인지, 중간에 추가 충격이 얼마나 더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분할 매수 계획을 세워두고, 추가 충격이 올 때마다 기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날, 조금 더 용기 있게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 그게 이번 주에 내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다.
※ 이 글은 개인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시장 복기입니다. 특정 종목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모든 투자 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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