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이 가지고 올 가성비 이동, 차를 사지 않는 시대가 올까

2026. 4. 1. 09:00경제

10년 후에도 나는 차를 살까? 2026년 4월, 서울 강남에서 심야 자율주행 택시가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 차가 강남 도심을 달린다. 17개월간 7,754회 운행 동안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미국 오스틴에서는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이미 도시의 80%를 커버하며 운행 중이다. 중국 우한과 베이징에서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가 1,000대 이상 거리를 누비고 있다. 이 흐름을 보면서 나는 하나의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동 비용이 지금의 5분의 1로 떨어지면, 사람들은 왜 차를 사야 하는가.

 

전 세계 자율주행 기업들이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솔직히 말하면, 지금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면서 동시에 답답한 시장이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 인터넷 속도, 도시 밀집도 등 자율주행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의 도로 복잡성은 자율주행 AI에게 최고의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다. 강남 도심에서 쌓인 데이터만 480테라바이트에 달한다고 하니, 서울 도로를 정복한 AI는 어디서든 운행 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규제가 문제다. 한국은 자율주행 기술에 관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규제를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려면 국토교통부의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방대한 서류와 까다로운 요건이 필요하다. 심지어 해상도 1280x720 이상의 카메라를 전후좌우 4방향에 모두 달아야 하는 규정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2022년 기준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이 미국 대비 89.4%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95.4%보다도 낮다. 그리고 2022년 이후 AI가 자율주행에 본격 도입되면서 기술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3년 가까이 뒤처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독일은 2021년에 세계 최초로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법제를 완비했다. 일본은 2025년까지 40여 지역에서 레벨4 무인 이동서비스 시범운행을 계획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4월 자율주행차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장벽 제거를 공식 발표하며 혁신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은 지금도 안전 운전자 탑승이 의무화된 레벨3 조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데이터다. 더 많이 달릴수록 더 똑똑해진다. 달리지 못하는 동안 격차는 계속 벌어진다.

 

타다 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것

2018년, 타다가 등장했다. 승합차 기반의 실시간 차량 호출 서비스였다.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깨끗하고, 빠르고, 친절했다. 순식간에 수백만 명이 사용했다. 그런데 택시업계가 반발했다. 택시 면허를 가진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는 이유였다. 국회는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했고, 2021년 타다는 사실상 사업을 철수했다. 이 사건이 글로벌 기업들에게 보낸 신호는 명확했다. 한국에서 새로운 이동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존 업계의 저항에 막힐 수 있다. 그 결과 지금 한국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현대차가 서울 상암 등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 제약으로 인해 완전한 무인 운행은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반면 중국 바이두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손잡고 2026년부터 영국과 독일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데이터를 쌓아야 할 기업들이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출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기존 택시 기사들의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 전국에 택시 운전기사가 약 25만 명이 있다. 자율주행 택시가 본격화되면 이들의 생계가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타다 사건에서 봤듯이,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이렇게 제안했다. 정부가 택시 면허를 매입해 개인택시 기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자율주행 택시 도입으로 생기는 이익의 일부를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 기술의 도입은 피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증기기관이 마부를 대체하고, 엘리베이터 자동화가 엘리베이터 조작원을 대체했듯이. 하지만 그 전환의 속도와 방식은 사회가 선택할 수 있다. 빠르게 기술을 도입하되, 전환 과정에서 피해받는 사람들을 함께 지원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기술 발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왜 차를 사야 하는가

이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 차를 소유하는 데 실제로 얼마나 드는가. 감가상각 연 300~500만 원, 보험료 80~150만 원, 주차비 100~300만 원, 유지보수 50~100만 원, 유류비 100~200만 원. 합산하면 연간 630~1,250만 원이다. 월로 나누면 50~100만 원이다. 그것도 차가 주차장에 서 있는 시간이 하루의 90%를 넘는다는 사실을 포함해서다. 우리는 차를 소유하기 위해 월 50~100만 원을 쓰면서, 실제로 이동하는 시간은 전체 시간의 10%도 안 된다. 테슬라 사이버캡이 제시한 목표 단가는 마일당 0.2~0.3달러, 즉 km당 약 130~200원이다. 연간 1만 km를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자율주행 택시 비용은 130~200만 원이다. 현재 카카오택시나 우버 요금 기준 1,000만 원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고, 차량 소유 비용 630~1,250만 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여기에 유가 상승까지 더해지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자율주행 택시는 전기차 기반이어서 유가 영향에 좀 덜하다. 하지만 개인 내연기관차는 유가가 오를수록 비용이 올라간다. 경제적 합리성으로 판단하면 답은 명확해진다. 이동 비용이 지금의 5분의 1 이하로 내려가는 순간, 차를 소유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선택이 된다.

 

그럼 자동차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자율주행 택시가 대도시에서 본격화되면, 먼저 도심에 사는 젊은 세대가 차를 새로 사지 않기 시작한다. 이미 서울에서는 20~30대의 자가용 보유율이 감소 추세다. 자율주행 택시가 더해지면 이 흐름이 가속된다. 면허는 딸까? 자동차학원은 어떻게 될까? 차는 "소유하는 것"에서 "필요할 때 부르는 서비스"로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처럼, 음악을 앨범으로 사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처럼.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 개인에게 파는 대신 로보택시 플리트 운영사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B2B 구조로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차를 사는 사람이 줄면 연결된 산업 전체가 흔들린다. 자동차 보험 시장은 개인 차량 보험 수요가 줄고, 대신 자율주행 운행사 대상의 플리트 보험으로 재편된다. 도심 주차장 부동산은 용도를 잃고 다른 시설로 전환을 고민한다. 정유사는 개인 소비자 유류 수요 감소에 직면한다. 반면 새로운 수요도 생기지 않을까? 차가 없어도 어디든 갈 수 있다면 도심 이외 지역의 주거 매력이 올라갈 수 있다. 대중교통이 닿지 않던 지역도 자율주행 택시가 커버하면 이동 제약이 사라진다. 주차 공간이 필요 없는 도심 소형 주택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방향은 맞을 수 있지만 속도는 생각보다 느릴 수 있다. 인간의 습관 변화는 느리다. 스마트폰이 등장해도 한동안 피처폰 사용자가 있었듯이, 자율주행 택시가 저렴해져도 "내 차"에 대한 심리적 애착은 생각보다 오래 유지될 수 있다. 지방과 도시의 격차도 크다. 자율주행 택시는 초기에는 수익이 나는 대도시 중심으로만 운영 가능하다. 한은 보고서도 대중교통 인프라가 미흡한 지방 중소도시부터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지방에서는 당분간 차 소유가 필수인 상황이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규제 속도가 가장 큰 변수다. 지금처럼 안전 운전자 탑승 의무가 유지되는 한 로보택시의 경제성이 완전히 발현되지 않는다. 운전자 인건비가 없어야 요금이 낮아지는데, 운전자가 반드시 타야 한다면 현재 택시와 비용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변화 앞에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현대차는 이미 방향을 바꾸고 있다. 단순한 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고, 자율주행 플리트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차를 개인에게 파는 것에서, 차를 직접 운영하면서 이동 서비스를 파는 것으로 전환하는 셈이다. 테슬라는 이 전환을 가장 직접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사이버캡을 양산해 자체 로보택시 플리트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차를 만들어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차를 계속 운행하며 서비스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 전환을 얼마나 빠르게 해내느냐가 앞으로 10년간 자동차 산업의 승자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동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

자율주행 택시는 단순히 택시 기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이동이라는 행위에 대한 인간의 인식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지난 100년간 자유와 편의의 상징이었다. 내 차가 있으면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감각. 그 감각이 자율주행 택시로 대체될 수 있다면, 소유의 의미가 달라진다. 마치 음악을 LP로 소유하다가 CD로, CD에서 MP3로, MP3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뀐 것처럼. 소유 없이도 같은 경험을 더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소유를 포기한다. 자동차도 그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방향은 맞다. 변수는 속도다. 그리고 한국이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다음 세대의 이동 방식을 누가 설계하느냐를 결정하는 문제와 직결될 것이다.

 

※ 이 글은 자율주행 기술과 이동 시장의 변화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담은 것입니다. 특정 기업 또는 종목에 대한 투자 추천이 아니며, 기술 발전 속도와 규제 변화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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