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없이 먹는 비만약 시대, 일라이릴리 파운다요가 바꾸는 것들

2026. 4. 8. 09:00경제

2026년 4월 1일, 미국 FDA가 하나의 알약을 승인했다. 신청서 제출 후 단 50일 만이었다. 2002년 이후 신물질 신약 중 가장 빠른 승인 사례라고 FDA는 밝혔다. 그 약의 이름은 파운다요(Foundayo).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먹는 비만 치료제다. 주사기가 필요 없다. 공복에 먹을 필요도 없다. 언제든 음식과 함께 먹어도 된다. 보험 적용 환자는 한 달에 25달러면 된다. 이 약이 왜 주목받는지,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시장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보려 한다.

GLP-1이란 무엇인가

파운다요를 이해하려면 먼저 GLP-1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GLP-1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어 뇌에 포만감 신호를 보내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에서 음식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춘다. 결과적으로 식욕이 줄고 덜 먹게 된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이 호르몬의 작용을 흉내 낸다. 약물이 GLP-1 수용체에 결합해 같은 효과를 낸다. 위고비, 오젬픽, 마운자로 같은 주사제들이 모두 이 계열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모두 주사제였다. 위고비를 비롯한 기존 약들은 주 1회 피하주사로 맞아야 한다. 주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 냉장 보관의 불편함, 특정 부위에 반복적으로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진입 장벽이 됐다. 이것이 먹는 비만약이 주목받는 이유다.

 

먹는 위고비가 먼저 나왔는데, 파운다요는 무엇이 다른가

노보노디스크는 2025년 12월 먹는 위고비를 FDA 승인받고 2026년 1월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파운다요보다 3개월 앞섰다. 그런데 먹는 위고비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다. 반드시 아침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복용 후 최소 30분간 음식, 음료, 다른 약을 먹으면 안 된다. 물도 120mL 이하로만 마셔야 한다. 알약을 쪼개거나 씹으면 안 되고 통째로 삼켜야 한다. 왜 이런 조건이 붙었을까. 먹는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펩타이드, 즉 단백질 계열이다. 위산과 음식에 분해되기 쉽다. 공복 상태에서 흡수시켜야 약이 제대로 작동한다. 음식이 있으면 흡수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파운다요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오포글리프론이라는 저분자 합성화합물이다. 위산과 음식에 분해되지 않는다. 언제든 음식과 함께 먹어도 흡수율이 일정하다. 공복 조건이 필요 없다. 이 차이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복약 순응도에는 큰 영향을 준다. 매일 아침 기상 후 공복을 30분간 유지해야 하는 루틴은 바쁜 현대인에게 쉽지 않다. 파운다요는 그 루틴 자체가 없다.

 

가장 중요한 질문, 얼마나 빠지나

파운다요의 FDA 승인 근거가 된 것은 ATTAIN 임상 3상 프로그램이다. 가장 대표적인 ATTAIN-1 연구에서 비당뇨 비만 또는 과체중 환자 3,127명을 대상으로 72주간 진행됐다. 최고 용량인 36mg 투여군은 평균 27.3파운드(약 12.4%)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위약군의 0.9%와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다. 혈당 조절 효과도 확인됐다. 당화혈색소가 베이스라인 대비 1.3~1.8% 감소했고, 고용량군 참가자의 75%가 미국당뇨병학회 기준 당뇨병 수치 이하에 도달했다. 먹는 위고비와 비교하면 위고비가 64주 차에 16.6%의 체중 감소를 보여 효과 면에서는 약 4%p 앞선다. 단, 두 약을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은 아직 없다. 간접 비교 연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노보노디스크는 자체 ORION 연구를 통해 위고비 알약이 파운다요보다 3.2% 더 많은 체중 감소를 보였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노보노디스크가 직접 수행한 간접 비교라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알아두어야 할 부작용

파운다요는 부작용이 없는 약이 아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위장관계 증상이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복통이 복용 초기나 용량을 높일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파운다요가 위에서 음식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추는 기전에서 비롯된다. 대부분 초기에 나타났다가 몸이 적응하면서 완화된다. 더 심각한 부작용으로는 췌장염이 있다. 복부에서 등으로 퍼지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즉시 복용을 중단하고 응급 처치를 받아야 한다. 가장 주의해야 할 경고는 갑상선 종양이다. 파운다요는 FDA의 박스 경고, 즉 최고 수준의 경고를 갖고 있다. 동물 실험에서 갑상선 C세포 종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같은 위험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수질갑상선암 개인 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복용이 권고되지 않는다.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목소리가 쉬거나, 음식 삼키기가 어려워지면 즉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먹는 위고비도 동일한 갑상선 박스 경고를 갖고 있다. 이 계열 약물 전체의 공통 리스크라고 보면 된다. 복용하면 안 되는 경우를 정리하면 수질갑상선암 개인 또는 가족력, 다발성 내분비종양 2형(MEN2), 임신 중 또는 임신 계획 중인 경우, 췌장염 과거력이 있는 경우다. 반드시 의사 처방을 통해 복용해야 한다.

가격과 접근성, 누가 어디서 만드나

미국 기준 가격 구조는 이렇다. 상업보험 가입자는 월 25달러. 자가 부담 시 최저 용량 기준 월 149달러. 메디케어 파트D 가입자는 2026년 7월부터 월 50달러 적용 예정이다. 기존 주사제 위고비의 월 정가가 약 1,349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릴리는 40개국 이상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로 승인 즉시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파운다요는 일라이릴리가 직접 자체 생산한다. 일라이릴리는 미국 내 제조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에 65억 달러, 앨라배마 헌츠빌에 60억 달러 규모의 소형분자 의약품 생산 시설을 건설 중이며 파운다요가 핵심 생산 품목이다. 2020년 이후 미국 내 제조 투자 총액은 500억 달러를 넘는다. 이것이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위고비 알약은 펩타이드 기반이라 제조가 까다롭고 공급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반면 파운다요는 합성화합물이라 대량 생산이 훨씬 용이하다. 릴리 CEO가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급망 제약 없이 수요에 맞춰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장기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월가의 전망은 낙관적이지만 초기 기대치보다는 낮아졌다.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는 파운다요의 압도적인 복용 편의성이 효능 차이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며 2026년 매출 28억 달러를 전망했다. UBS는 2026년 하반기 동안 약 540만 건의 처방이 필요하고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반면 RBC 캐피탈마켓은 파운다요 2026년 매출 전망을 지난 한 달 사이 40억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낮췄다. 노보노디스크의 3개월 선점 효과와 위고비 알약의 빠른 초기 채택이 파운다요 점유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다. Truist Securities는 릴리의 마운자로, 젭바운드, 파운다요 세 제품을 합산한 피크 글로벌 매출 전망을 1,010억 달러로 제시했다. 모틀리풀은 파운다요의 편의성 우위에 주목하면서 릴리의 파이프라인에 있는 레타트루타이드라는 3중 호르몬 수용체 작용제까지 더하면 릴리가 비만약 시장을 당분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만 시장 자체의 크기

파운다요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배경은 시장 규모 자체다. 세계비만연맹의 2025 세계비만지도에 따르면 비만 성인 수는 2010년부터 2030년 사이 115% 이상 증가해 5억 2,400만 명에서 11억 3,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성인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 상태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만 봐도 2025년 기준 성인 비만율이 42.4%로 전년 대비 1.8% 상승했다. 매년 증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35년 비만치료제 글로벌 시장 전망을 기존 1,05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GLP-1 약물의 적응증이 심혈관 질환, 수면무호흡증, 신장 질환, 알츠하이머까지 확대되면서 시장 전망이 더 커졌다.

 

노보노디스크와 릴리의 경쟁이 치열해 보이지만, 월가의 중론은 이렇다. 두 약의 경쟁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 전체를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것이다. 주사를 기피해서 비만 치료를 시작하지 못했던 사람들, 공복 복용 조건이 불편해 위고비 알약을 망설이던 사람들이 파운다요를 통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출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릴리가 40개국 이상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한국도 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식약처 승인과 급여 협의가 별도로 필요하다.

 

파운다요는 비만 치료의 진입 장벽을 낮춘 약이다. 주사가 무서웠던 사람, 아침마다 공복을 30분씩 유지하는 게 어려웠던 사람, 냉장 보관이 번거로웠던 사람 모두가 잠재적인 사용자다. 효과 면에서는 먹는 위고비가 약간 앞서고, 편의성 면에서는 파운다요가 압도적이다. 어느 쪽이 더 많은 환자에게 선택받을지는 앞으로의 실사용 데이터가 말해줄 것이다. 비만 인구는 매년 늘고 있고,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이 글은 공개된 자료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특정 의약품의 복용이나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약품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시고, 모든 투자 결정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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